제주교원불자회 회원들이 4.3당시 최대격전지였던 관음사 아미봉를 참배해 영령들을 위로했다. |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이 꽃 쫓기듯 늘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생은 아물지 않는다’ 이산하 시.
제주교원불자회(회장 정희복)는 지난 4월 21일 4․3당시 무장대와 토벌대의 최대 격전지였던 관음사 아미봉 정상의 4․3유적지에서 4․3영혼들의 넋을 추모하는 시를 낭독하며 한라산에서 산화한 그들의 아픔을 보듬었다.
“1949년 2월 12일 대규모 전투 속에서 관음사를 접수한 2연대 토벌대가 관음사에 불을 놓는 순간, 화창한 대낮인데도 갑자기 천둥 벼락이 치고,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리고 대웅전에 봉안된 300년 된 목불은 번쩍번쩍 빛을 내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그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관음사 주변 5만평 부지에 27개의 크고 작은 초소와 숙영지 가운데 일부를 탐방했다. 제주교원불자회원들은 제주불교계에도 아직 아물지 않은 4․3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구천을 맴도는 한 맺힌 영혼들에게 하얀 국화꽃을 바쳤다.
이어 발걸음을 옮긴 곳은 마을목동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총살당한 이성봉 스님의 흔적을 찾아 금붕사로 향했다.
외손자인 금붕사 주지 수암 스님은 4·3의 진실을 바로 알고자하는 제주교원불자회원들을 진정으로 반겼다.
스님은 이성봉 스님이 총탄에 쓰러져 간 곳으로 이동해 “토벌대에 쫓기는 목동이 절 방향으로 도망을 간 겁니다. 토벌대는 목동을 내 놓으라고 다그쳤고, 스님은 그 자리에서 일곱 발의 총탄에 산화하셨지요. 구멍난 상처를 방석 솜으로 막고 수레에 실어 행원에 묘소를 마련했다”며 “금붕사가 이성봉 스님에 이어 어머니와 이모, 현재에 이르기까지 4대째 이어오고 있는 것도 그렇고 앞으로 4·3교육장소로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암 스님과 교원불자회원들은 이성봉 스님의 비석에서 한 명씩 헌화하고 ‘무상게’를 부르며 이성봉 스님의 넋을 위로하며 회향했다.
정희복 회장은 “교원불자들이 불교계 4·3피해 현장을 직접 순례하며 많은 것을 안고 간다”며 “이성봉 스님을 비롯해 관음사 4·3유적지 주변에서 산화한 모든 영령들이 아미타부처님 품에 안기셨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병철 기자 taiwan0812@hanmail.net
출처 : 제주불교신문
원문 : http://www.jeju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