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서 부부의 연 맺으니 앞날에 ‘부처님 가피만이~’
5월5일 신랑 최승혁 군과 신부 한수정 양 백년가약
대형 괘불 내걸린 호산정사에서…수암 스님 주례사
신랑 신부가 서로 배례하고 있다. |
5월의 햇살은 따스했고 한라산 아혼아홉골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은 알맞게 부드러웠다. 그렇게 한라산 기슭에 자리한 호산정사(주지 호철 스님)는 녹음으로 짙어가고 있었다.
절기상 여름의 시작을 알리던 입하이자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월 5일 신랑 최승혁 군과 신부 한수정 양이 호산정사에서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결혼식을 올리며 백년가약을 맺었다.
대형 괘불이 내 걸린 결혼식장은 탁 트인 야외에서 진행됐다. 부처님의 외호아래 지인과 하객들이 재미있게 즐기는 작은 축제처럼 하늘에선 햇살의 꽃비가 내리는 듯 아름다웠다.
신랑 측 부모가 신랑 신부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전통혼례로 진행된 이날 주례는 한국불교의 학승으로 이름 높은 수암 스님(금붕사 주지) 맡았다. 스님은 “신랑과 신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사랑하며 존중하여 진실한 남편과 아내의 도리를 다할 것을 맹세합니까?”라고 묻자 이에 신랑 신부는 큰소리로 “예”라고 대답했다. 스님은 하객들 앞에서 혼인이 이루어졌음을 선언했고, 하객들은 큰 웃음과 힘찬 박수로 응원했다. 그리고 하늘과 바람과 나무와 꽃과 풀잎도 선남선녀의 새 출발을 축하하고 축복했다.
호산정사에서 봉행된 이번 결혼식은 대형 괘불이 내걸려 여법함을 더 했다. |
스님은 주례사이자 법문을 통해 “새롭게 출발하는 한 쌍의 부부가 하객들의 축하 속에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것을 축하한다”면서 “결혼 후에 남편은 아내에게 ‘여보’라 부르는데 같을 ‘如’자에 보배로울 ‘寶’자로, 보배같이 소중한 사랑을 의미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당신’이라 부르는데 마땅 ‘當’자에 몸 ‘身’자로 내 몸 같은 남편이라는 뜻”이라고 그 의미를 바르게 알려줬다.
이어 스님은 “오늘 결혼식은 그동안 사랑의 결실을 맺은 생애의 가장 기쁜 날로 부부는 그동안 성인으로 키워준 부모의 은혜를 잊지 말라”고 부모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양가 하객에게도 “신랑 측은 보배 같은 복덩이가 굴러들어온 것이며, 신부 측은 귀한 아들을 얻은 것이니 다복하게 살 것을 믿고 두 사람을 지켜보며 늘 감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붕사 주지 수암 스님이 주례사를 겸한 법어를 하고 있다. |
이번 사찰에서의 전통혼례는 호산 스님의 배려가 컸다. 불자들의 자녀가 부처님 도량에서 결혼을 하면 사찰은 그들의 제2의 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시로 스님을 찾아와 법문을 듣고 자녀와 함께 신행활동을 하며 신심을 키워나갈 수 있으니까 화목한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을 스님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싶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랑과 신부는 “웨딩촬영을 했기 때문에 드레스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웃음 지으며 “전통혼례로 절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 기쁘고, 부처님의 가피 덕분에 살아가면서 더 좋은 일만 생길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사찰에서의 첫 시작은 그 만큼 남다른 의미가 부여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여기는 불교에서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이 인연인데 사찰에서 부부의 연으로 맺어지니 그 첫 출발은 이 세상에서 그 어떤 인연보다도 소중하게 여겨졌다.
이병철 기자 taiwan0812@hanmail.net
출처: 제주불교신문
원문: http://www.jeju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20